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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쳐로그/미디어

그들이 사는 세상 - 정지오(현빈)



EP 02 설레임과 권력의 상관관계
 
한 감독이 생애 최고의 대본을 받았다. 한 남자는 오늘 첫 취업소식을 들었다. 한 남자는 내일 꿈에도 그리던 드라마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일이 주는 설레임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권력을 만났을 때이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라고 생각할 때 사랑의 설레임은 물론 사랑마저 끝이 난다. 이 세상에 권력의 구조가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관계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설레임이 설레임으로만 오래도록 남아있는 그런 관계가 과연.. 있기는 한걸까?  아직은 모를일이다.

 일을 하는 관계에서 설레임을 오래 유지시키려면 권력의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가 아닌 오직 함께 일을 해나가는 동료임을 알 때 설레임은 지속될 수 있다. 
 
 미치게 설레이던 첫사랑이 마냥 마음을 아프게만하고 끝이났다. 그렇다면 이제 설레임같은것은 별거 아니라고 그것도 한때라고 생각할수 있을만큼 철이 들만 한데 나는 또다시 어리석게 가슴이 뛴다. 그래도 성급해서는 안된다. 지금 이순간 내가 할 일은 지난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성의 시간이 끝나면 한동안은 자신을 혼자 버려둘 일이다. 그게 한없이 지루하고 고단하더라도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다시시작할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EP 04  내가 이해할수 없는 그녀들의 이야기
 감독에게 있어서 새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과 같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실체를 찾아내 직면하지 않으면 작품은 시작부터 실패이다. 왜 이작품을 반드시 해야만하는지 내가 찍어내는 캐릭터들은 어떤 삶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왜 외로운지 왜 깊은잠을 못자고 설치는지 사랑이야기할 땐 캐릭터들의 성적취향까지 고려해야한다. 시청자들이야 별볼일 없는 드라마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작품을 만드는 우리에게 작품속 캐릭터는 때론 나 자신이거나 내 형제 내친구 내주변 누군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민이 끝날 쯤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새로운 작품에 온몸을 던질 준비를 마치게 된다.

이상하다. '당신을 이해할수 없어' 이말은 엊그제까지만해도 내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준영이를 앉고있는 지금은 그말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기때문에 우린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안의 온 감각을 곤두새워야만 한다. 이해하기때문에 사랑하는것은 아니라는걸 또 하나 배워간다.

EP 06  산다는것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건 늘 뒤통수를 맞는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는 법이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뒷통수를 맞는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60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게 다 별일이다. 젠장.

EP 08 그들이 외로울 때 우리는 무엇을 했나 (늙은 배우들의 이야기)
 
EP 10 드라마처럼 살아라 2
 드라마속 인물처럼 살고 싶었다. 동료가 잘나가면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자격지심 같은것은 절대 없으며 어떤 일을 하더라도 초라해지지 않는  지금이런 순간에도 큰소리로 괜찮다고 할수있는 그런 인물이 되고싶었다. 그런데 왜 나는 괜찮치 않는걸 늘 이렇게 들키고 마는지.

준영아. 내가 너한테는 드라마처럼 살라고했지만 그래서 너한테는 드라마가 아름답게 사는 삶의 방식이겠지만 솔직히 나한테는 드라마는 힘든 현실에 대한 도피다 내가 언젠가 너에게 그말을 할 용기가 생길까.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런데 오늘 불현듯 너도차도 나에겐 어쩌면 현실이 아닐수도 있겠구나 싶드라. 너같이 아름다운애가 나같은 놈에겐 드라마같은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준영아 아니라고 해줄래? 너는 현실이라고.

EP11 그의 한계
 아이에서 어른이 된 다는 것은 자신이 배신당하고 상처받는 존재에서 배신하고 상처주는 존재인걸 알아채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른인가? 나는 내가 배신하고 상처주었던 때를 분명히 기억한다. 정확히 고3떄였다. 우습게도 그때는 근처 학교애들과 구역을 놓고 퍽하면 패싸움을 하였다. 시골학교다니는 우리는 심심했고 사는게 재미없었다. 그런데 재수없게 그날은 한 놈의 이가 왕창 나가는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그일로 친구들은 전원 정학을 맞았다. 주동자는 나였는데 학교에서는 우등생인 나를 잃고싶지 않아했다 나는 불쌍한 어머니를 핑계로 그 부당한 처사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어른이 되어갔다. 어른이 된 나는 그때처럼 어리석게 표나는 배신을 하지 않는다. 배신의 기술이 더욱 교묘해 질 것이다.
 
 그때, 그런말로 준영이를 자극한것은 분명 그때 만나고 있던 연희에 대한 배신이었다. 그러나 난 연희에게 단한번도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았다. 준영이가 송규호에 B팀으로 간다고 할 때 나는 내가 간다고 너는 빠지라고 했지만 거짓말이다. 나는 절때 송규호의 뒤치닥거리할 마음이 없었다. 내가 배신이 이렇게 수두룩 한데 이런일쯤은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같이 패싸움을 했던 친구들과 내가 다시 만난건 불과 몇년 전일이다 꿈에서도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어느 한날 술에 취해 한놈을 찾아가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엉엉 울었다. 그때 친구놈은 뭐 그런걸 기억하고 사냐고 내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내인생에서 가장 초라한 순간이었다. 그때 다짐했다 다신 그누구앞에서도 초라해지지 않겠다고 그러고보니 배신을 당했다고 말하든 했다고 말하든 그 어떤 순간에도 나는 초라해지는게 싫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참 초라한 느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저마다 가지가지이다. 누군 그게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초라함의 문제이고 어쩔수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잘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것도 헤어지는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들은 될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 뿐. 준영이를 다시 만나면서 대체 왜 예전에 얘랑 헤어졌을까 이렇게 괜찮은 애를 과거에 내가 미쳤었나 싶게 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은 안했지만 천만번 다짐했다 다시는 얘랑 헤어지지 말아야지 근데 또 다시 헤어지고 말았다. 내가 저절로 놓고도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난 내가 생각해도 좀 미친 것 같다 그래도 난 다시는 준영이를 안만날 생각이다. 그게 내 한계라도. 이제 어쩔수 없다.

 

EP12 화이트 아웃
 녹내장이라고.. 대체 왜 무슨 병이야 뇌종양도 아닌데 머리는 아프고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고 그러다 또 멀정하게 괜찮고 잘만 관리하면 실명까지는 안가는데 사는 동안은 늘 조심은 해야된다고 무리는 하지마라 피곤이 적이다. 드라마 연출이라는 일을하면서 그게 말이 되나. 촬영들어가면 하루 스무시간에서 스물두시간은 일해야 하는데 어떻게 무리를 안해, 
 수술을 3개월 간격으로 계속 해야하고 완치는 없고 불치병도 아니고,  이거 내인생만큼 답답한 병이네.
 내가 지금 얘한테 무슨짓을 하는건지 눈도 아파죽겠는데 나는 왜 얘랑 헤어져서 더 외롭게 내무덤을 파는건지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젊어서  힘이 남아 돌아 쓸데없는 짓 한다 하시겠지..근데 어떻게 난 젊은데..
;내가 뭘 알어. 그냥 아는척 한거야 나도 몰라;
 
EP13   중독, 후유증 그리고 혼돈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트리면서 가는거 그증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수 없는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참 좋은 시였는데 다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첫구절과 마지막구절 한 구절씩만 생각이 난다. 마지막은 이렇다  '아무도 사랑해본적 없다는거 이제 다시오지 못할 이 세상을 지나면서 내 뼈아픈것은 바로 그거다 그누구를 위해 그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  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나는 저 아이를 버렸는데 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EP14
EP15

EP16  드라마처럼 살아라 3
  나는 결코 인생이 만만하지 않은 것인 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
 ' 행복과 불행, 화해와 갈등, 원망과 그리움, 이상과 현실, 시작과 끝 ' 그런 모든 반어적인 것들여 결코 정리되지 않고 결국엔 한몸으로 튀어 엉켜 어지럽게 돌아가는 게 인생이란 것 쯤은 나는 정말이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니, 안다고 착각했다. 어떻게 그 순간들은 견뎠는데 이제 이정도쯤이면 인생이란 놈도 한번쯤은 잠잠해져 주겠지 또다시 무슨 일은 없겠지 나는 그렇게 섣부른 기대를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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