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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쳐로그/미디어

그들이 사는 세상 - 주준영(송혜교)



주준영 (송혜교)

EP 01
 지금 내옆에 동지가 한순간에 적이 되는 순간이 있다. 적이 분명한 적일때 그것은 결코 위험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동지인지 적인지 분간이 안될 때, 이야기는 심각해 진다. 서로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런순간이 올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걸 알 수 있다면 우린 이미 프로다.
 그리고 그 적은 언제고 다시 동지가 될 수 있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때 기대는 금물이다.

EP03  아킬레스건 :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몇 가지 제안
 내 유년시절 확실한 아킬레스건은 엄마였다. 화투를 치고 춤을 추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그러면서도 엄마는 아버지앞에서 언제나 현모양처인냥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때 나의 꿈은 엄마를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꿈은 다행이 대학을 들어가면서 쉽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내 인생의 암흑기라할 수 있는 조감독도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조금이라도 잘 나가는 모든 동료와 그외 나에게 수시로 태클을 거는 세상 모든것이었다. 그리고 감독이 된 이후의 나의 아킬레스건은 모든 감독들처럼 단연 시청률이다.

' 넌 너무 생각이 없어. 게다가 너무 쉬워' 왜 하필 다른때도 아니고 선배가 다시사랑을 시작하려는 이 시점에 그말이 연속에서 이렇게 내 맘에 걸리는걸까.

 지금 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나의 아킬레스건은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너무 사랑을 정리하는 것도 시작하는것도 쉬운아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 순간 그것보다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이사랑을 더는 쉽게 끝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지난날처럼 쉽게 오해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지루하더라도 그와 다시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이번사랑은 결코 지난사랑과 같지 않을 수 있을까?

새로운 사랑은 지난 사랑을 잘 정리할 수 있을때에만 시작할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마지막인사를 하지않았다. 다만 고맙다고 했다. 아마도 그는 그로인해 내가 얼마나 많이 성숙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EP 05 내겐 너무도 버거운 순정
 누가 우리나라 드라마의 한계성에 대해 단 한마디로 정의를 내려달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순정애의 강요하다고 말하겠다. 10대소녀도 아닌 20대 30대의 드라마 주인공들이 늘 우연히 만나는 지난날의 첫사랑 때문에 목을 메는 한국드라마에 나는 정말 신물이 난다.
 생각해보면 나는 순정을 강요하는 한국드라마에 화가난 것이 아니라 단 한번도 순정적이지 못했던 내가 싫었다. 왜 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 보다 내가 더 상대를 사랑하는 것에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을까? 내가 이렇게 달려오면 되는데 뛰어오는 저 남자를 그냥 믿으면 되는데 무엇이 두려웠을까.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 남자에게 순정을 다짐했다 그가 지치지 못해도 내가 지키면 그뿐인거 아닌가.

EP 07 드라마트루기(dramaturgy) : 각본(시나리오)의 연출법, 글을 쓰는 방법
 내가 드라마국에 와서 귀에 못이 밖히게 들은 연출의 기본은 드라마는 갈등이라는 것이다. 갈등없는 드라마는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최대한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을 어설프게 풀지 말고 점입가경이 되게 상쇄시킬것. 그것이 드라마의 기본이다. 드라마국에 와서 내가 또하나 귀에 못이 밖히게 들은 이야기는 드라마는 인생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시점에서 드라마와 인생은 확실한 차이점을 보인다. 현실과 달리 드라마속에서 갈등을 만나면 감독은 신이 난다 드라마의 갈등은 늘 준비된 화해의 결말이 있는 법이니까 갈등만 만들수 있다면 싸워도 두려울게 없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준비된 화해의 결말은 커녕 새로운 갈등만이 난무할 뿐이다.

EP09  드라마처럼 살아라 1
 친구도 필요없고 애인도 필요없고 하늘아래 나혼자 인것처럼 철저히 외로울 떄가 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언제나 아빠가 생각난다. 두살난 아이에게 보들레네의 시를 읽어주는 대학교수이며 학자이고 시인인 우리아빠. 지오선배는 왜 우리엄마를 먼저본걸까? 아빠를 먼저 봤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애인은 날 의리없고 이기적인 애라고 단정짓고 가버리고 반찬도 동이나고 밥도 없고 춥고 배도고프고 이 문제를 단 한번에 해결하는 길은 엄마한테 전화한통이면 충분하다 그럼 엄마는 당장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감자전에 시금치 나물에 문어숙회까지 들고올꺼다. 그리고 따뜻한 밥을 해서 냉동실에 가득 저장해 놓겠지. 일분간의 짧은 통화면 이 모든게 해결되는데 그럴 맘이 안난다 차라리 굶고 말지. 어떻게 엄마를 떠났는데 이제와 다시 이런 사소한 일로 부딪힐 기회를 만들 수 없다 엄마는 내가 조금만 여지를 두면 당장이라도 내곁에 들러붙어 온갖 내가 싫어하는 말들과 행동으로 나를 구렁텅이에 밀어넣을께 뻔한데 정말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어려서 엄마를 피해 봤는 듯 드라마를 더이상 엄마를 피하면 내 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절대 그럴일 없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인생은 인생이다 근데 아빠도 그런식으로 말한것 같다
시처럼 인생을 살아라' 돌아버리겠네 아 모르겠다 정말.
 왜 어떤 관계의 한계를 넘어야 할 때 반드시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아픔을 공유해야만 하는 걸까
그냥 어떤 아픔은 묻어두고 깊은 관계를 이어갈 수는 정말 없는걸까? 그럼 나는 이제 정지오와의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엄마의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걸까? 그러고보니 강준기한테도 난 아무이야기도 한 적이 없었다. 정말 서로의 아픔에 대한 공유없이는 그 어떤 관계도 친밀해 질 수는 없는걸까
 아빠는 내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를 바랬지만 내가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때 아름다운 드라마를 찍는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드라마처럼 사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그런데 내 인생은 자꾸 내가 하는 드라마와 엇나간다. 정지오말대로 나는 의리도 없고 이해심도 없다. 게다가 누구나 냉열한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송규호마져도 나를 감정없는 인간으로 몰아간다. 오늘은 아빠한테 안겨 엉엉 울었으면 좋겠다 싶다.

EP10  드라마처럼 살아라 2
 " 싫은 오기싫었는데 선배흉내 내본거야. 나도 선배 너처럼 동료들한테 의리있게 잘하고 이해안되는것도 이해하려고 애쓰고 그러다보면 내 드라마도 인생도 선배 너처럼 인간미 넘치고 따뜻하고 ,,, "

 내 드라마의 냉정함이 내가 냉정해서라면 나는 고치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드라마를 위해서 그리고 그보다 내 삶을 위해서. 사랑하는 남자와 아침식사를 하며 엄마가 떠올랐다. 이상하게 다른때처럼 싫지 않았다 엄마에게 전화해야지 마음이 급했다 그리고 섣불리 전화해라 이해해라 말하지 않는 정지오가 고마웠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와나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드라마처럼 이사람과 평생을.



EP 12  화이트 아웃
 ' 화이트아웃(WHITE OUT) 현상 ' 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모든것이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수 없는 상태,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아웃현상을 곧곧에서 만난다.
 절대 예상치못한 단 한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갈수 없는 그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화이트아웃현상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어느 한날 동시에 찾아왔다.

그렇게 눈앞이 하얘지는 화이트아웃을 인생에서 경험하게 될 때는 다른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하던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도 이 울음을 멈춰야 한다. 근데 나는 멈출수가 없다.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치 않았다.

(그 날, 이작가님이 잃어버린 원고는 총 2회반 분량이었다 꼬박 28일은 하루 3시간도 못자고 아프다는 엄마 병문안도 뒤로하고 보고싶은 친구도 못보고 안가면 속좁은 것처럼 보일까봐 반드시 가야만했던 지나간 애인의 결혼식도 가지않고 울며불며 쓰던 원고였다. 이작가님을 보면 난 정말 감독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6년 전, 그와 헤어질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싶고 만지고싶고 그와함께 웃고싶고 그런걸 못하는 건 힘은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게 다 그런거니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지인데 그와 헤어져서는 안되는 이유들은 왜이렇게 셀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 걸까... 이렇게 외로울 떄 친구를 불러 도움을 받는것 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 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 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EP13 중독, 후유증 그리고 혼돈
 중독이란, 술이나 마약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상태, 또는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정지오란 사람에 의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심각한 중독상태를 겪고 있는 것일까.
 혼란과 혼돈, 무질서라 불리는 카오스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지금의 이 말도안되는 행위는 한마디로 정의할 만한 규칙은 무엇이 있을까? 민이의 말처럼 관계연속 중독증, 아님 이별이 나은 후유증? 아니면 체인 여자의 복수 그것도 아니면 그냥 혼돈 그자체?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일은 이미 마음이 변해버린 애인에게 구걸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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