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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쳐로그/도서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마르탱 파주
2007.6.11


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스워드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건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비는 내 감정들을 확인시켜준다. 몇몇 사랑은 비를 견뎌내지 못했다. 비는 붉은빛을 받아 삶에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사진 현상액처럼 작용한다. 그것은 감저의 결정작용을 완성한다.
 가끔 비는 나를 대상 없는 사랑에 빠져들게 한다. 어느 날, 관자놀이를 쳐대는 피, 콩닥거리는 가슴, 나는 한 친구에게 내 열정을 털어놓았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내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나는 아직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었다. 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말다툼도 질투도 없는 ,또한 입맞춤도 교감도 없는 사랑 이야기가 한동안 이어진다. 하지만 그 짝 없는 사랑은 머지않아 실현된다. 비는 전조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남동풍이 폭풍우를 예고하듯, 비는 내가 사랑할 여자를 예고한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예보를 무색하게 만들며, 느닷없이.


 비는 위층 아파트에서 새는 물이다. 우리는 이미 그 아파트에 사는 여자와 마주친 적이있다. 하지만 감히 말을 붙여보지는 못했다. 똑똑 새는 물은 그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이상적인 핑계거리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눌 거고, 술 한잔을 마실 거고, 아마도 서로를 알게 될 거고, 스코틀랜드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될 거다.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은 머리에 뭔가를(물,비극,사랑의 슬픔....) 맞았을 때뿐이다.

 비가 내리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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