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그대여,
어느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오로지 그대 의지에 달려 있다.
생각과 마음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생각은 뇌안의 범주에 속해 있고 마음은 심안의 범주에 속해 있다. 대상과 내가 이분되면 생각이고 내가 합일되면 마음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남의 결점에 그토록 관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눈에 들어 있는 대들보는 보이지 않고 남의 눈에 들어 있는 티검불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소크라테스라는 영감님은 후손들의 경거망동을 미리 예견하시고 니 꼬라지를 알라라는 명언을 남기셨다.
인간은 어떤 대상을 판단할 때 지극히 개인적인 지각의 액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목격한 부분과 순간을 전체와 영원으로 착각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총제적으로 직관할 능력이 없으면서 현재 자신이 판단한 사실을 지나치게 신뢰한다.
십대는 무한히 꿈꾸는 시기이므로 다몽기라한다. 남을 해롭게 하는 꿈이 아니라면 무슨 꿈을 꾸더라도 탓하지 말라.
이십대는 꿈을 하나만 선택하는 시기이므로 선몽기라 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십대에는 가급적이면 잡다한 꿈들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한 가지 꿈에 순정을 바칠 결심을 하라.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꿈, 그대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꿈, 그러한 꿈 하나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대의 이십대는 그것으로 크나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대여.
그 어떤 것에게도 적의를 품지 말라. 때로 적의는 살의가 된다. 하지만 자신을 물어뜯는 개를 떄려 죽인다고 개에게 물린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는다. 그대가 적의를 품지 않아도 모든 생명체는 죽음에 이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부디 세상을 너그럽게 용서하라.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기에는 수천년의 시간이 흘러가야 하겠지만 그대가 사랑으로 가득 차기에는 수십 일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세상이 아직 그대 하나를 끌어안지 못한다면 그대가 세상을 통째로 끌어안아버리자. 그때, 비로소 그대는 일체유심조의 진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남을 비난하고 싶은가. 그러면 그 비난을
자신에게 한번 적용시켜 보라.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가.
있다면 정작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당신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대여.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마라. 무릇 희망이 없는 이가 어디 있으랴. 지금은 새로운 세기의 눈부신 아침. 비록 인정머리 한 푼 없는 주인에게 아무 잘못도 없이 쫓겨난 잡종개라 할지라도 희망을 간직하고 희망을 기대하고 희망을 노래할 자격이 있나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도 희망은 있고 죽어가는 모든 것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그대가 아름다운 여자로 보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대가 사랑스러운 여자로 보여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일하다.
여자로서 외모가 아름답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내면을 가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재앙이다.
그대여.
사람들은 누구나 영원불멸하는 사랑을 갈망한다. 하지만 그대가 비록 천하제일의 절세미인이라도 육체의 범주에 머물러 있는 아름다운만으로는 영원불멸하는 사랑을 획득할 수가 없다. 영원불멸하는 사랑은 육체에 깃드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깃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탕. 천박한 허영이 고개를 쳐들면 천박한 허영을 살해하라.
탕. 편견을 살해하고 아집을 살해하고 무지를 살해하라.
그대 가슴에 배타의 벽돌로 견고하게 쌓아올린 장벽들을 허물고 만물을 사랑으로 감싸 안으라. 그러면 언젠가는 그대 마음 안에도 아름다운 연꽃 한 송이가 피어나게 되리니..
실연의 고통이 두려워서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곧 죽을 것이다. 배탈이 두려워서 밥을 먹지 않을 것이므로.
그대여,
그대는 남들이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이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도 열등감을 느끼지 말라. 그대가 인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자격과 가치는 충분한 것이다.
그대여, 이제 가까이오라.
가까이 와서 저 비틀거리는 세상에 연민을 던지며 술을 마시자. 나도 젊은이들과 술을 마실 때는 원샷. 나로서는 건배라는 제의가 더 익숙하지만 조금이라도 그대들과 조화하겠다는 의미에서 원샷이다. 그리고 시대 조류에 발맞추는 능력은 그 정도로 끝이다.
자, 우리만이라도 멎어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면서
그대여. 비록 작은 돈이라고 결코 하찮게 생각하지 말라.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은 이럴 때 써먹으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얼마나 액수가 많은가에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얼마나 아름답게 벌었는가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라. 그대가 정당한 노력으로 벌어들인 돈이라면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정말로 가치 있고 아름다운 돈이다.
자 그대여.
절망과 비애를 쓰레기통 속에 처박아버리고 세상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간직한 채 밖으로 나가자. 밖으로 나가서 그대의 희망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물색해 보자.
누구에게나 아침은 온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아침이 찬란한 것은 아니다. 만약 그대의 아침이 찬란하지 않다면 태양을 탓하지 말고 그대 자신을 탓하라. 그대의 모든 미래는 그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직 그대 가슴에 사랑이 꽃피지 않았다면 그대 가슴이 너무 척박하거나 아직 누구에게도 사랑의 씨앗을 파종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분명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동안 그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존재로 존립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가치와 의미를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정상인을 자처하면서 오로지 자신으 ㅣ영달만을 위해 물질적이득만을 추구하는 인생, 출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하기를 생활신조로 삼으면서 때로는 자신과 타인을 끝없는 어둠의 구렁텅이로 몰아간다면, 또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마비된 양심으로 같은 짓거리를 반복한다면, 그는 어떤 장애인보다 한심하고 불쌍한 장애인이다.
소나무는 멀리서 바라보면 참으로 의연한 자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보면 인색한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소나무는 어떤 식물이라도 자기 영역 안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소나무 밑에서 채취한 흙을 화분에 담고 화초를 길러보라. 어떤 화초도 건강하게 자라서 꽃을 피울 수가 없다. 그래서 대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있어도 소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랑하고 그대 자신을 눈물겹게 사랑하라.
이 세상에 아직도 외롭고 가난한 시인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분명 그대도 살아 있을 가치와 희망이 있다.
용기를 가져라.
분연히 일어서라.
그대는 젊다.
그대에게만 은밀하게 힌트를 주겠다.
누구든 머리로 인생을 살아가지 않고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절로 정답을 알게 되리니. 그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대가 있으므로 세상이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리라.
그대여, 진심으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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